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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기고문] 세계 물의 날 기념사

오늘(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세계 물의 날'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환경정상회의(UNCSD)의 결의에 따라, UN이 제정·선포하고 세계가 함께 기념하는 날이다. 

리우회의에서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것은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위기가 여전히 물 문제이며,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의 3분의 2이상이 물을 통해 발생하거나 전염되고 있는 현실에 근거했다. 

 

이처럼 세계 물의 날 지정 당시 관심은 개발도상국의 식수 문제와 수인성 질병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오늘날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는 극단 기후 사상을 유발하고 기상학적, 수리적 그리고 생태적 가뭄 등으로 문제를 심화시켜 이제 물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물은 생명을 담보하는 핵심 요소이다. 물은 생체량의 70%를 차지하며 그중 20%가 소실되면 사망에 이를 정도로 생명현상에 필수적이다.

모든 생명현상은 물을 매질로 삼아 이루어진다. 원시 지구에서 화학반응에 의해 유기물이 만들어지고, 이 유기물로부터 자기 복제 기능을 가진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하는 과정이 모두 물속에서 진행되었고, 우리 인간 또한 어머니 배 속의 양수라는 물속에서 생명체로 발달하는 과정을 거치며 이 세상에 태어났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많은 야생의 생물들도 수환경과 수변을 그들의 번식환경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물과 그것을 담고 있는 물그릇은 우리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생물에게 생명을 보장하는 생존환경이다.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데 요구되는 조건을 제공하는 생활환경과 달리 생존환경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조건을 제공한다. 

물은 이처럼 소중한 생존환경에 해당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도 열용량이 큰 물은 우리 몸의 땀처럼 온도변화에 완충작용을 하며 우리에게 기후변화에 적응할 기회를 만들어준다. 

 

이처럼 소중한 물이 우리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포장면을 늘리며 많은 물을 지표수로 흘려보내 지하수 충진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지하수는 우리의 미래 수자원이자 지구환경의 토대가 되는 지각의 한 축을 이루며 그 구성원 역할도 하고 있다. 우리의 주식인 수생식물 벼를 재배하기 위해 하천의 일부를 논으로 전환하여 그 폭을 좁히며 물을 빠르게 흘려보내 생기는 문제도 이제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토지이용 전환도 지하수 충진을 제한하고, 흐르는 물이 이루어내는 생태적 다양성 또한 제한하여 다양한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하는 생물다양성의 성립을 억제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하천은 이처럼 불가피하게 폭을 좁힌 것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편의 위주로 관리하여 본래의 웅덩이 형 단면을 복단면화하며 그 폭을 더 좁히고 그곳을 포장면으로 덮어 다시 하천이 자연으로 기능하는 것을 저해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그곳에 도입하는 식물은 하천 본래의 식물을 외면하고 산지 또는 먼 나라에 사는 식물을 도입하여 물그릇으로서 하천의 체계와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기후변화의 시대에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변형시킨 물그릇이 요동치며 우리와 우리 주변 생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극단기후사상에 대비하여 우리의 물그릇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필요에 맞추어 변형된 물그릇이 극단기후 사상의 한 유형으로 다가오는 홍수를 수용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또는 그와 반대로 가뭄에 대처할 역량은 갖추고 있는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그러한 점검은 점검으로 끝나지 않고 반드시 점검한 결과에 바탕을 두고 부족한 능력과 역량을 채워주기 위한 인간의 보조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생명수이고 생존환경인 물과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과 인간 사이의 바른 관계 설정이고 그들에 대해 우리가 갖추어야 할 예의이다.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의 물을 낭비하는 의미로서 ‘물처럼’ 쓰지 말고 생명수처럼 아껴 쓰며, 우리의 물그릇은 자연이 원하는 모습에 가깝게 유지하는 예를 갖추어 우리 인간과 우리와 같은 생명체인 생물다양성의 생존환경으로 지켜주고 싶다. 같은 마음으로 여러분의 동참을 호소한다.

 

이창석 국립생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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