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ional Institute of Ecology
국립생태원 웹진 No.9 여름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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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언제 봐도 우리를 기분 좋게 해주는 아름다운 존재다. 아름다운 모양과 향을 지닌 꽃은 보통 여성을 비유하는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꽃도 성을 지니고 있을까? 식물에게 성은 어떤 의미일까? 학창시절 자연 시간을 되짚어보면, 식물도 사람처럼 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배운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물론 식물의 성은 사람과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식물의 성은 크게 단성화(unisexual flower)와 양성화(perfect flower, bisexual flower)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단성화는 자성(female)과 웅성(male)이 따로 존재하는 것으로, 자손의 유전적 다양성이 높지만 주변에 동일종의 이성식물이 없으면 종자 형성 자체가 불가능하다.

단성화 식물은 다시 자웅동주(monoecism)와 자웅이주(dioecism)로 나뉘는데, 자웅동주는 한 개체의 식물에 암꽃과 수꽃이 같이 피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평소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소나무가 이러한 자웅동주 식물이며, 호박과 졸참나무도 자웅동주 식물에 속한다. 반면 자웅이주는 암꽃과 수꽃이 아예 서로 다른 개체에 핀다. 흐드러진 잎사귀로 봄을 알리는 버드나무와 가을날 가로수 길을 장식하는 은행나무 등이 대표적인 자웅이주 식물이다.

양성화 식물은 자성과 웅성이 같이 존재하는 꽃을 뜻한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의 경우 암컷 수컷 개체가 따로 존재하는 것과 달리, 식물은 암술과 수술이 한 꽃 안에 같이 있는, 이러한 양성화 식물이 많다. 식물의 세계에서 양성화는 매우 보편적으로, 꽃이 피는 식물 중 약 70% 정도가 양성화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찔레나무와 5월의 여왕인 장미 등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양성화 식물이다.

양성화와 단성화를 구분하는 좋은 예시가 되어주는 재미있는 식물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산수유나무와 생강나무다. 봄이면 샛노란 꽃으로 상춘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산수유나무와 생강나무는 매우 비슷한 모양으로 생겼다. 때문에 생강나무까지 모두 산수유나무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산수유나무는 꽃 한송이에 암술과 수술이 모두 있는 양성화인데 반해, 생강나무는 단성화 식물이기에 암꽃이 피는 암나무와 수꽃이 피는 수나무가 따로 있다.

한편 암술과 수술이 아예 퇴화되거나 발육이 불완전해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성화(neutral flower) 식물도 존재한다. 무성화 식물은 이른 바 ‘가짜 꽃’을 피워 곤충을 유인해 동일개체 유성화의 수정을 유도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탐스러운 꽃송이로 많은 사랑을 받는 산수국이다. 산수국의 가운데 부분에는 암술과 수술이 있어 수정이 가능한 진짜 꽃이 있고, 그 주변으로 벌과 나비를 유혹해 수정을 돕는 가짜 꽃이 핀다. 진짜 꽃인 유성화는 너무 작아 벌과 나비를 유혹하지 못하다 보니, 화려하고 탐스러운 가짜 꽃이 유혹을 담당하고 진짜 꽃이 수정이 되고나면 떨어져 사라지는 것이다.

이밖에도 식물에는 한 개체에 양성화와 수꽃이 있는 웅성동주(andromoneocious), 한 개체에 양성화와 암꽃이 있는 자성동주(gynomoneocious), 수꽃만 달리는 개체와 양성화가 달리는 개체가 있는 웅성이주(androdioecious), 암꽃만 달리는 개체와 양성화가 달리는 개체가 있는 자성이주(gynodioecious), 한 개체에 양성화와 단성화가 같이 달리는 잡성주(polygamous), 한 개체에 암꽃, 수꽃, 양성화가 같이 있는 삼성동주(trimonoecious), 개체별 암꽃, 수꽃, 양성화가 따로 피는 삼성이주(trioecious) 등 다양한 성이 존재한다.

산책길에 길가에서 꽃을 발견하면 암술과 수술이 같이 있는지 따로 있는지, 암꽃이 피는 나무와 수꽃이 피는 나무가 따로 있는 지 관찰하는 재미를 한 번 느껴보자. 꽃의 모양과 향기를 즐기는 것을 넘어 더욱 신비로운 식물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창우(식물관리연구실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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