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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지식채널NIE] 토양이 품고 있는 종자 이야기

2020-02-19



단지 세 숟가락의 진흙에서 발아하는 식물의 개체는537개체나 되는 것을 아시나요?

이효혜미 박사님과 토양이 품고 있는 종자에 대해 알아볼까요?





손바닥만 한 밭을 일구는 밭주인은 이 잡초가 밭에서 자라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 분명 모종을 심었을 지 없었을 텐데

이 잡초는 어떻게 밭주인 '몰래' 들어왔을까요?

어떤 씨앗은 바람을 타고 어떤 씨앗은 산책을 다녀오는 강아지 몸에 찰싹 붙어서 또 어떤 씨앗은 오래전부터 흙 속에 몰래 밭으로 들어와서 이를 흙이 품고 있었을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국립생태원 환경영향평가팀 이효혜미 선임연구원입니다.


우리가 숲이나 잔디밭에서 보는 식물의 모임을 '식생'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식생은 눈으로 보이는 '지상부 식생'을 의미합니다. 지상부 식생이 수명을 다하거나 병들거나 다쳐서 쇠약해지면 땅속에서는 재빨리 다음 세대를 표출시켜 식생을 유지합니다. 이렇게 표출되지 않은 채로 토양 속에 남아있는 다양한 식물 형태를 '잠재 식생'이라고 합니다. 현재 시점의 식생이나 생태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식물을 찾고자 한다면 지상부 식생 부분을 연구하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의 식생 역사와 식생 변화 요인 그리고 미래 식생까지 예측하고자 한다면 잠재 식생 연구가 좋은 방법이지요 '토양 종자은행'은 토양 내 혹은 표면에 존재하는 생명력 있는 종자의 모임으로 잠재 식생의 대표적인 형태입니다. 기록된 최초의 토양 종자은행 실험은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에 의해 이뤄졌습니다. 다윈은 '물새는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종자를 운송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못의 얕은 물속에 잠긴 식물을 세 숟가락씩 퍼서 6개월간 실험한 결과 총 537개체나 되는 식물을 확인하였습니다. 단지 세 숟가락의 진흙에서 발아된 식물이 537개나 되는 것도 놀랍지만 발아된 식물 중에는 주변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멀리 떨어진 섬에서만 자라는 종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다윈의 실험처럼 습지의 토양에는 습지를 가득 메운 식물보다 더 많은 종의 식물이 셀 수 없이 많은 숫자의 종자로 진흙속에 존재합니다. 이 풍부하고 다양한 식물의 종자는 토양층 표면이나 흙속에 파묻혀서 발아하기 적합한 시기를 기다립니다. 기회가 찾아오면 재빨리 발아하여 습지의 식생을 항상 풍성하고 높은 생물 다양성이 유지되도록 합니다. 연구에 의하면 모식물체에서 생산된 종자 중 발아에 성공하는 것은 1~3%. 이중 성숙한 개체로 자라는 것은 1% 정도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식물은 왜 쓸모없는 종자를 이렇게나 많이 생산할까요? 화산 폭발, 사막, 남극과 같은 환경을 떠올려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식물은 환경이 갑자기 변하거나 극단적인 환경이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아직 식물로 자라지 않은 종자일 때는 추위, 산불 혹은 가뭄과 같은 극단적인 환경에서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때때로 식물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환경이 올 때까지 종종 종자 상태로 시간을 보냅니다. 마치 긴 겨울 동안 살아남기 위해 동면하는 동물처럼 식물의 색체 시간을 정지시켜 발아를 미룸으로써 극한 환경을 버티는 것입니다. 이렇게 일정 기간 동안 발아하지 않는 것을 휴면이라고 합니다. 종자가 휴면상태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빛, 온도, 수분의 변화 같은 식물마다 다른 자극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자연상태에서 종자의 휴면기간은 수일에서 수십 년까지 다양합니다. 

미국가막사리는 동물 털에 붙어서 씨앗을 멀리 보내 세력을 넓히는 식물입니다. 자신이 붙어있는 생물체가 어디로 갈지 또 자신이 언제 그 생물에서 떨어져 나갈지 모릅니다. 그래서 꽃 한 봉오리에서도 서로 다른 휴면기간을 가진 종자가 생산됩니다. 납작하고 긴 가시를 가진 종자가 통통하고 가시가 짧은 종자보다 더 긴 휴면기간을 갖는 것으로 연구되었습니다. 왜일까요? 긴 가시의 종자는 동물 털 깊숙이 박힐 수 있습니다. 납작한 모양은 종자가 더 깊게 박힐 수 있도록 하여 쉽게 떨어지지 않고 더 멀리 갈 수 있게 하죠. 문제는 이 기간 동안 휴면상태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미국가막사리는 멀리 가야하는 종자의 휴면기간을 더 길게 설계하였습니다. 

식물의 중요한 생명 연장 형태인 종자와 그 종자가 모여 만든 종자은행은 생태계에 시간족 혹은 공간적 식물의 저장소가 되어 생태계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부여하는 자연 유지 장치 입니다. 또한 훼손된 생태계에서 생물 다양성 회복의 원동력이며 토양 미생물 및 분해자의 먹이원이 되어 토양생태계 안정에도 도움을 줍니다. 지층을 따라 묻힌 종자의 연구는 그 지역의 식생 역사를 반영하기 때문에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환경 변화를 예측할 수 있게 합니다. 항상 변함없는 것 같은 주변의 식물을 자세히 보면 환경 변화에 끊임없이 대응하며 생장을 위한 경쟁을 하고 변화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공누리 마크 국립생태원에서 제작한 콘텐츠 [생태지식채널NIE] 토양이 품고 있는 종자 이야기 입니다. 국립생태원의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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